직장인보고서
차트를 판독하는 사람들 - 평범한 어느 독일 전업투자자의 하루
BY gupp2026-10-13 11: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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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외곽의 아담한 주택 3층. 아침 8시가 되자 모니터에 빨간색과 초록색 차트가 깜빡입니다. 회사에 출근하는 대신 자신의 서재로 향하는 남자. 그에게 이곳은 사무실이자 매일 수익과 손실이 결정되는 일터이자 전쟁터입니다.

 

 

 


ⓒ Garun .Prdt / shutterstock

 

 

 

 

올해 44세인 마르쿠스 베버(Markus Weber)씨는 두 아이를 둔 가장이자 자신의 자본으로 유럽과 미국 주식을 거래하는 전업투자자입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투자를 시작한 지 4년째인 그에게는 정해진 월급도, 업무를 지시하는 상사도 없습니다. 대신 하루의 매매를 스스로 계획하고 손실을 통제하며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출퇴근은 자유롭지만 수익은 보장되지 않는 직업, 전업투자자. 마르쿠스씨의 하루를 통해 이들의 일상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오전 7시 30분 -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서재로 출근합니다

 

가족과 간단한 아침을 먹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마르쿠스씨는 커피 한 잔을 들고 3층 다락방으로 올라갑니다. 컴퓨터를 켜자 전날 미국 증시의 마감 결과와 밤사이 아시아 시장의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가 먼저 확인하는 것은 독일 DAX 지수와 미국 나스닥 선물, 주요 경제지표 발표 일정입니다. 주로 독일 경제신문 Handelsblatt에서 뉴스를 읽고 TradingView로 관심 종목의 차트를 살펴봅니다.

 

한국의 전업투자자가 미국 증시의 흐름을 확인하며 오전 9시 한국장 개장을 준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독일은 미국 증시가 현지 시간 저녁에 마감하기 때문에 아침에 전날의 결과를 정리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시간에 그는 관심 종목을 추리고 매수가와 손절가를 미리 정합니다. 오늘은 어떤 종목을 살 것인지 못지않게 어떤 상황에서는 절대 거래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중요합니다.

 

 

 

 

 

오전 9시 - 드디어 프랑크푸르트 증시 개장입니다

 

독일의 대표적인 전자거래시장 Xetra의 정규 거래가 시작됩니다. 마르쿠스씨의 시선은 SAP, 지멘스, 알리안츠 같은 독일 대형주와 DAX 지수로 향합니다. 거래량이 늘어나는 종목, 전날 고점을 돌파하는 종목, 중요한 가격대에서 반등하는 종목을 관찰합니다. 차트 분석에는 TradingView를, 실제 주문에는 Interactive Brokers의 Trader Workstation(TWS)을 활용합니다.

 

독일에서는 Trade Republic이나 Scalable Capital 같은 모바일 앱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적극적으로 매매하는 투자자는 주문 기능과 시장정보가 풍부한 전문 플랫폼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오전 9시 20분, 관심 종목 하나가 빠르게 상승합니다. 그러나 마르쿠스씨는 매수하지 않습니다. 미리 정해둔 가격을 이미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단기 트레이더들이 거래대금, 외국인 및 기관 수급을 중요하게 살피는 것처럼, 독일에서도 거래량과 가격 흐름은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다만 유럽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미국 주식이나 지수 상품까지 거래 대상을 넓히는 투자자도 있습니다. 독일 Xetra의 정규 거래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입니다. 다만 개인투자자는 이용하는 증권사에 따라 정규 거래시간 외에도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주식을 사고팔 수 있습니다.

 

 

 

 

오전11시30분 - 180유로를 벌었지만 월급은 아닙니다

 

 

 

 

 

 

 

 

오전 거래를 마친 마르쿠스씨의 수익은 수수료를 제외하고 180유로입니다. 몇 시간 만에 적지 않은 돈을 벌었지만 표정은 담담합니다. 지난주에는 하루 650유로를 잃었고, 이번 달 누적 수익도 아직 목표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매매 결과를 기록하면서 진입 이유와 손절 원칙을 지켰는지 확인합니다. 일부 전업투자자들이 사용하는 ‘하루 목표 수익 달성 칼퇴근’ 방식처럼, 그 역시 일정한 수익을 올리면 추가 거래를 자제합니다.

 

반대로 하루 손실 한도를 넘어도 거래를 중단합니다. 손실을 만회하려다 더 큰 손실을 내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전업투자자에게 하루 180유로의 수익은 소소한 결과일 수 있지만, 그것조차 매일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 직업의 수입을 하루가 아니라 몇 달, 몇 년에 걸쳐 평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후 12시 30분 - 시장은 열려 있지만 점심시간은 지킵니다

 

독일 증시는 여전히 거래 중이지만 마르쿠스씨는 서재를 떠납니다. 내려가서 점심을 먹고 잠시 산책하거나 집안일을 하기도 합니다. 유럽 시장은 오전 개장 직후의 활발한 거래가 진정되면서 한낮에 비교적 조용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이 시간을 이용해 오전 매매를 간단히 복기하고 미국 시장에서 주목할 종목을 추립니다.

 

물론 갑작스러운 경제 뉴스나 기업 발표가 나오면 시장은 언제든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관심 가격에 도달하면 알림이 울리도록 설정해 둡니다. 하루 종일 차트를 지켜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전업투자의 장점입니다. 그러나 화면을 보지 않는 동안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함께 따라옵니다. 이렇듯 점심시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오후 거래를 위해 집중력을 회복하는 시간입니다.

 

 

 

오후 3시 30분 - 뉴욕 증시가 열리면 두 번째 업무가 시작됩니다

 

마르쿠스씨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이번에는 독일 기업이 아니라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S&P 500, 나스닥 지수에 시선이 향합니다. 미국 증시가 개장하는 오후 3시 30분은 독일 전업투자자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시간입니다. 단, 독일과 미국의 서머타임 전환 시기가 다른 몇 주 동안에는 오후 2시 30분에 개장합니다.

 

마르쿠스씨는 미국 시장 개장 전 발표되는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을 확인하고, 장이 열린 뒤 첫 30분 동안 주가의 방향을 살펴봅니다. 한국에서 미국 주식을 실시간 거래하려면 밤늦게까지 깨어 있어야 하지만, 독일에서는 오후부터 저녁까지 미국 정규장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미국 시장을 주력으로 삼으려는 투자자에게는 상당한 시간적 이점입니다.

 

다만 미국 시장의 변동성이 크다고 해서 수익을 내기 쉬운 것은 아닙니다. 마르쿠스씨 역시 오전에 번 돈을 오후에 잃는 날이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장에서 이미 충분한 수익을 냈다면 미국장에서는 거래 규모를 줄이거나 관찰만 하기도 합니다.

 

 

 

 

 

오후5시30분 - 독일장 마감. 수익보다 매매 과정을 평가합니다

 

 

 


ⓒ Joyseulay / shutterstock

 

 

 

Xetra 정규 거래가 마감되면 마르쿠스씨는 유럽 시장의 하루를 정리합니다. 거래했던 종목의 차트를 저장하고 매수 및 매도 시점과 판단 이유를 기록합니다. 엑셀이나 전용 매매일지 프로그램을 이용해 승률, 평균 손익, 최대 손실폭 등을 분석합니다. 수익을 냈더라도 계획 없이 추격 매수했다면 잘못된 거래로 평가합니다.

 

반대로 정해진 원칙에 따라 손절했다면 손실이 발생했어도 받아들일 수 있는 거래로 기록합니다. 이러한 복기 과정은 한국의 전업투자자들에게도 익숙합니다. 장이 끝난 뒤 차트를 다시 살펴보고 다음 날의 관심 종목을 선정하는 방식은 국적과 관계없이 비슷합니다. 다만 독일에서는 유럽장이 끝나도 미국 시장이 한창 거래 중이라, 마르쿠스씨는 미국장 진입 포지션을 확정한 뒤 저녁 식사 준비를 합니다.

 

 

 

 

★ 여기서 잠깐 - 독일에서 전업투자로 생계를 지속할 수 있을까요? ★

 

마르쿠스씨의 절제된 하루는 그럼에도 꽤 자유로워 보입니다. 출퇴근 시간이 없고, 자신의 판단으로 일정을 조절하며, 유럽과 미국의 금융시장에 집에서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업투자가 직업으로 유지되려면 수익률뿐 아니라 투자 원금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네 식구의 생활비로 매달 3,000유로가 필요하다면 연간 3만 6,000유로의 세후 소득을 확보해야 합니다. 독일에서 일반적인 주식 매매차익에는 원칙적으로 25%의 자본소득세와 그 세액의 5.5%에 해당하는 연대세가 부과됩니다. 여기서 교회세나 개인별 공제 등에 따라 실제 부담은 달라집니다.

 

세금과 생활비를 고려하면 투자 원금 10만 유로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과 50만 유로로 유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전자는 매년 상당히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지만, 후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로 생활비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원금이 크다고 손실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건강보험과 노후 준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독일 법정건강보험에 자발적으로 가입한 경우 자본소득이 보험료 산정에 반영될 수 있으며, 직장인의 고용주 부담분에 해당하는 지원도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습니다.

 

한편, 전업으로 자기 돈을 거래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에서는 사적 자산관리와 사업적 금융활동을 구분하며, 실제 활동의 성격에 따라 판단합니다.

 

수익을 내는 일 자체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이 과거 여러 국가의 CFD 거래를 분석한 결과 개인투자자 계좌의 74~89%가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이는 레버리지 파생상품에 관한 통계로, 일반 주식이나 ETF 투자 전체의 손실률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독일에서 전업투자로 살아가는 일은 불가능한 꿈도, 누구나 도전할 만한 쉬운 선택도 아닙니다. 충분한 자본과 검증된 투자 원칙, 생활비를 감당할 여유가 뒷받침돼야 비로소 하나의 직업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오후 6시 30분 - 가족과 저녁을 먹기 위해 서재 문을 닫습니다

 

미국 시장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지만 마르쿠스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가족과 저녁을 먹습니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듣고 숙제를 도와주거나 함께 산책합니다. 전업투자의 장점 중 하나는 자신의 시간을 직접 조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출퇴근에 시간을 쓰지 않고, 낮에는 개인적인 일을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손실이 큰 날에는 가족과 함께 있어도 머릿속에서 차트가 떠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다음 날의 거래로 손실을 만회하고 싶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들기도 합니다. 마르쿠스씨가 철저하게 저녁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시장이 열려 있다는 이유로 매 순간 거래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 증시는 독일 시간으로 보통 밤 10시에 마감합니다. 마르쿠스씨 처럼 미국장을 거래하는 사람에게는 가족과의 시간을 확보할 것인지, 마감까지 시장을 지켜볼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야 하는 날이 적지 않습니다.

 

 

 

 

 

밤9시30분 - 내일의 차트를 준비하고 하루를 마칩니다

 

 

 


ⓒ AlexandrMusuc / shutterstock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무렵, 마르쿠스씨는 잠시 서재로 돌아옵니다. 미국 시장의 남은 움직임을 확인하고 다음 날 발표될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 일정을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관심 종목의 주요 가격대에 알림을 설정하고, 보유 중인 종목의 포지션 위험을 점검합니다. 이날 최종 실현손익은 120유로 수익입니다.

 

그는 매매일지에 마지막 메모를 남깁니다. 오전에는 계획대로 거래했지만 오후 미국장에서 불필요한 진입이 한 번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이제는 미련 없이 컴퓨터를 끕니다. 내일 시장이 오를지 내릴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어떤 상황에서 거래할지는 정해두었습니다. 이렇듯 마르쿠스씨에게 퇴근이란 시장이 닫히는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 거래를 멈추기로 결정한 순간입니다.

 

 

 

 

밤 10시 - 차트가 멈춰도 삶은 계속됩니다

 

미국 증시가 마감하면 마르쿠스씨의 하루도 끝납니다. 어떤 날은 만족스러운 수익을 거두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화면을 지켜보고도 손실만 남습니다. 그렇다고 다음 날의 일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하고, 가족의 생활비와 각종 청구서는 정해진 날짜에 찾아옵니다.

 

전업투자자는 스스로 출근 시간을 정하고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를 유지하려면 누구보다 철저하게 자신의 시간과 돈을 관리해야 합니다. 월급은 없지만 생활비는 매달 빠져나가고, 직장 상사는 없지만 지켜야 할 규칙은 더 엄격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전업투자자의 하루에도 다른 직업과 다르지 않은 생계의 무게가 따릅니다.

☞ 최근 독일에서도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독일주식연구소(Deutsches Aktieninstitut)에 따르면 2025년 주식과 ETF 등에 투자한 사람은 약 1,410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년보다 약 200만 명 늘어난 수치입니다. 다만 이는 일반 투자자까지 포함한 통계로, 실제 투자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투자자의 규모는 정확히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 본 기사 속 인물과 일상은 가상의 설정입니다. 독일거래소(Deutsche Börse), 독일 금융감독청(BaFin),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의 공개 자료와 실제 트레이딩 환경을 참고해 하루를 재구성했습니다.

 

 

 

 

  • 작성: 오이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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