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보고서
감기만 걸려도 병가? 독일 병가 문화와 실제 데이터, 지역·직종 따라 최대 두 배 차이
BY gupp2025-11-27 11:33:54
82020

독일에서는 아프면 집에 가서 쉬라고 하는 문화가 일반적입니다. 진단서(Arbeitsunfähigkeitsbescheinigung, 업무 수행 불능 증명)를 받는 것도 쉽고, 법적으로도 보호를 받습니다. 직원이 병가를 내면 최대 6주까지는 고용주가 급여 100%를 지급하고, 그 이후에도 건강보험에서 임금의 70% 수준의 Krankengeld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불안이나 상사 눈치 보는 것 없이 치료와 회복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독일의 병가 현실은 어느 정도이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 Prostock-studio / shutterstock

 

 

 

독일의 높은 병가 일수

 

독일의 이런 병가 제도는 통계에도 반영됩니다. 독일 법정 건강보험사 DAK-Gesundheit가 보험 가입 근로자 240만 명을 분석한 결과, 2024년 1인당 평균 병가 일수는 19.7일이었고, BKK 조사에서는 지역에 따라 20~30일 수준이 보고되었습니다. OECD가 집계한 “연간 유급 병가 일수” 통계에서는 독일이 2022년 기준 24.9일로 유럽 최상위권에 올라, 영국 경제지 The Economist가“독일은 병가 세계 챔피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통계 함정: 독일은 정말 ‘병가 세계 챔피언’일까?

 

하지만 이 숫자만 보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DAK-Gesundheit의 의뢰로 IGES 연구소가 OECD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가별 병가 통계는 서로 비교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 독일은 의사가 병가를 전자 방식으로 건강보험에 직접 전송해야 전자 소견서(eAU) 의무 도입으로 사실상 거의 모든 병가가 통계에 잡힙니다.
  • 많은 국가에서는 병가 일부가 무급이고, 이런 날은 “유급 병가 일수” 통계에 아예 잡히지 않아 실제 결근보다 적게 기록됩니다.

 

이러한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 OECD는 별도로 질병으로 인한 주간 근로 시간 손실 비율을 조사하는 EU-LFS(노동력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 조사에서 독일은 6.8%로, 벨기에(6.7%), 스웨덴(6.6%), 아이슬란드(6.1%)와 비슷한 비율을 보이며 중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 이후 폭증한 감기·호흡기 질환

 

BKK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이후 BKK에 접수된 병가 신청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Tagesschau의 보도에 따르면, 병가가 늘어난 가장 눈에 띄는 원인은 호흡기 질환의 급증입니다.

 

  • 중앙 법정 건강보험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추가 병가의 58%, 2023년 추가 병가의 41%가 급성 호흡기 감염과 코로나 감염으로 설명됩니다.
  • 또한, 2024년 호흡기계 질환은 전체 병가 일수의 약 20%를 차지합니다.

 

베를린 샤리테(Charité)의 감염내과장 라이프 에릭 잔더(Leif Erik Sander)는 이를 “따라잡기 효과(Nachholeffekt)”라고 설명합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마스크 착용, 접촉 제한으로 감염이 억제되면서, 이후 몇 년에 걸쳐 누적된 감염 가능성이 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제 많은 사람들이 감기에 걸렸을 때 예전보다 더 쉽게 집에 머무르는 선택을 합니다. “감기 증상이 있는데 사무실에 가서 동료를 감염시키고 싶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고, 일부 호흡기 감염의 경우에는 전화로도 진단서를 쉽게 받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전자 소견서(eAU) 제도가 생기면서 실제 병가 건수가 더 잘 잡히게 됐습니다.

 

 

 

 

지역·직종 따라 최대 두 배 차이 나는 병가

 

BKK 분석에 따르면, 병가 일수는 지역과 업종에 따라 크게 달랐습니다.

 

  • 2024년 병가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루르 지역과 작센안할트주였습니다. 특히 작센안할트의 Mansfeld-Südharz 지역에서는 BKK 가입자 1인당 평균 약 31일의 병가를 사용했습니다.
  • 반대로 바이에른주의 Starnberg는 평균 14.5일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드레스덴 대학병원 심리학자 헨드리크 베르트(Hendrik Berth)는 그 배경으로 노동조건과 소득 수준을 지목합니다. 경제력이 강한 남부 지역의 기업들은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 근무환경 개선과 임금 수준을 높이는 압력을 받고, 정기적인 운동이나 건강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도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입니다.

직종별 차이도 뚜렷합니다.

 

  • 청소, 운송·물류, 제조업 종사자들은 연간 병가 일수가 평균 한 달을 넘는 경우도 많습니다. 허리·관절 등 근골격계 질환으로 장기 결근하는 사례가 잦기 때문입니다.
  • 반대로 경영진, IT, 자연과학 연구·서비스 직종(예: 경영·경제정보학자, 생물학자, 지질학자 등)은 병가 신고 빈도가 상대적으로 훨씬 낮았습니다.

 

 

 

기업의 의심과 불신

 

병가가 늘면서 기업과 정치권에서는 “악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일부 기업은 병가를 낸 직원이 정말 일을 못 할 정도로 아픈지 확인하기 위해 전문 업체를 고용하고,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병가 중인 직원의 집을 관리자들이 직접 방문했다는 소식으로 논란을 빚었습니다. 보험사 Allianz CEO는 병가를 줄이기 위해 첫 병가일은 무급으로 하는 ‘대기일’ 제도 부활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DAK CEO 안드레아스 슈톰(Andreas Storm)은 과도한 불신과 감정적인 논쟁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불신은 부정적인 존중의 표현이며, 이것 자체가 건강 리스크”라고 말했습니다.

 

 

 

 

 

  • 작성: Yun
  • ⓒ 구텐탁피플(https://gutentagpeopl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에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거나, 추가로 기사로 작성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메일로 문의주세요 (문의 메일: info@gutentagkorea.com)
댓글 0 보기
목록보기
구피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