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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꼰대 vs 한국 꼰대 – 최후의 승자는 누구?
BY gupp2025-11-18 11: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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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라는 존재는 국적을 가리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말이 일상을 흔들고, 독일에서는 “규정상 불가합니다”라는 단호한 문장이 사람을 지치게 만듭니다. 서열의 정글에서 자란 한국 꼰대와 규정의 늪에서 진화한 독일 꼰대는 서로 다른 생태계를 갖고 있지만, ‘남을 교정하려는 욕구’라는 점에서 기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과연 어느 쪽이 더 강력하고, 더 피곤하며, 더 영향력이 클까요?”

 

 

 


ⓒ Elnur / shutterstock

 

 

 

라운드 1 : 서열의 정글 vs 규정의 늪

 

먼저 기원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꼰대는 서열, 나이, 경험이라는 비옥한 토양에서 자라났습니다. “나 때는 말이야” “내가 해봐서 아는데”. 이 문장들만 해도 한국 꼰대의 생리학적 구조는 이미 완성입니다. 반면 독일 꼰대는 사람이 아닌 규정, 절차, 시스템에서 자라납니다. 이들의 전매특허는 다음과 같습니다.

 

“규정상 안 됩니다.”

“원래 이렇게 합니다.”

“그건 저희 관할이 아닙니다.”

 

이렇듯 한국 꼰대가 ‘사람 중심 꼰대’라면, 독일 꼰대는 무생물 기반 꼰대, 즉 ‘시스템형 꼰대’입니다. 다시 말해 한국의 꼰대가 ‘인간미 넘치는(?) 잔소리꾼’이라면, 독일의 꼰대는 ‘규정의 화신’입니다.

 

무승부 - 둘 다 자국 환경에 최적화된 진화형이기 때문

 

 

 

라운드 2 : 정서적 폭격 vs 절차적 포위

 

한국 꼰대의 공격 방식은 명확합니다. 갑작스러운 지적,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정서적 압박. 감정+언어+시선의 3단 콤보에 맞아본 사람은 압니다. 이 공격은 직선적이고, 빠르고, 무겁습니다.

 

하지만 독일 꼰대는 다릅니다. 표면상 정서적 폭력은 거의 없습니다. 대신 절차적 포위 전술로 상대를 서서히 압박합니다. 문서가 하나 누락되면 처음부터 다시, 담당자가 바뀌면 규정도 바뀝니다. 분명 전화로는 된다고 했는데, 이메일로는 안 된다고 하면 그냥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감정 없이, 차갑게, 그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방식으로 상대방의 멘탈을 파괴합니다.

 

이렇듯 한국 꼰대는 ‘수류탄’, 독일 꼰대는 ‘지뢰’로 상대를 피곤하게 만들지만, 그 결은 완전 다릅니다.

 

무승부 – 장기적/지속적 사기 저하 관점에서 우열 가리기 힘듦

 

 

 

 

 

라운드 3 : 참다가 폭발 vs 서서히 붕괴

 

 

 

 


ⓒ Hananeko_Studio / shutterstock

 

 

 

한국에서 꼰대를 상대할 때 보통은 ‘웃으며 참기→참기→참기→폭발’이라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결국 감정적으로 싸우기 때문에 상처가 빠르게 커집니다. 반면 독일에서는 “아…이게 이렇게 복잡할 일이었나?”하는 식으로 서서히 지쳐갑니다. 독일 꼰대는 정서적 공격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당하는 사람은 감정 폭발 대신 ‘고요한 번아웃’ 상태에 빠지고는 합니다.

 

이 차이는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관계 중심의 한국은 감점의 기복이 심하고, 규정 중심의 독일은 감정보다 체력이 소모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승부 – 둘 다 종국엔 정신적이나 체력적으로 소모됨

 

 

 

 

라운드 4 : 내가 옳다! vs 규정이 옳다!

 

한국 꼰대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나는 경험이 많다! 고로 내가 옳다.”

독일 꼰대의 논리도 단순합니다. “규정이 여기 있잖아! 그래서 네가 틀렸어.”

 

이렇듯 한국 꼰대는 ‘경험의 권위’를 내세우고, 독일 꼰대는 ‘문서의 권위’를 내세웁니다. 물론 둘 다 검증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경험은 눈에 보이지 않고, 규정은 너무나 많고 해석도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얼핏 보면 독일 꼰대의 논리가 더 치명적으로 보입니다. 바로 개인이 아닌 시스템을 향해 반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 꼰대는 잘못을 인정하면 불같이 화를 냅니다. 독일 꼰대는 잘못을 인정해도 “그럼 절차대로 다시 하시면 됩니다”라고 건조하게 말하지만, 한국은 정반대입니다.

 

무승부 – 권위의 기반이나 방향은 전혀 다르지만, 답답한 건 둘 다 마찬가지

 

 

 

 

라운드 5 : 타인의 자유를 통제하려는 신념은 동일

 

이제 마지막 라운드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과 마주합니다. 한국 꼰대와 독일 꼰대는 다른 듯 같아 보이나요? 아니면 전혀 다른 존재처럼 느껴지나요?”. 정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둘 다 맞습니다.

 

겉모습만 보면 한국의 꼰대는 사람, 감정, 관계의 온도 속에서 등장하고, 독일의 꼰대는 규정, 절차, 문서의 벽을 뒤에 두고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쪽은 말투와 서열의 힘으로 작동하고, 다른 쪽은 규정과 관할의 언어로 상대를 굳게 묶어 둡니다.

 

그러나 조금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두 문화의 뿌리는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타인을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기준에 맞추어 움직이려는 확신을 품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기준을 흔들어줄 의지가 거의 없습니다. 재량은 최소화되고, 대화보다는 일방적 수용을 기대하며, 스스로의 오류 가능성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두 문화가 만들어내는 꼰대의 생태계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신의 기준을 자연스레 타인에게 기대하고, 그 기대를 ‘정상’이라 여기는 마음은 한국에도, 독일에도 자리합니다.

 

 

 

결국 ‘꼰대’는 어느 한 사회의 특산물이 아니라, 문화마다 조금씩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나는 보편적 인간형에 가깝습니다. 국경을 넘는다고 피할 수 있는 존재도 아니고, 다만 익숙한 얼굴에서 낯선 얼굴로 모습을 바꿀 뿐입니다.

 

 

 

 

  • 작성: 오이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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