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보고서
돈을 불리는 한국, 돈을 지키는 독일 – 독일 4050세대의 투자문화 엿보기
BY gupp2025-11-11 08:57:10
한국의 4050세대는 ‘투자’라는 단어 앞에서 여전히 불타오릅니다. 퇴직 후를 대비한다는 명분 아래 부동산, 주식, 코인이라는 세 개의 축 위에서 부를 증식하려는 열망이 누구보다 강합니다. 그러나 독일의 동 세대는 투자에 관한 관점이 묘하게 다릅니다. 이들은 “돈을 얼마나 불릴까?”보다 “돈이 얼마나 오래 내 곁에 남을까?”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개미군단이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 같은 드라마틱 표현보다 “개인이 금융 지식을 갖추고 장기적으로 자산을 지킨다”라는 담담한 문장을 선호합니다. 드라마 대신 매뉴얼, 열정 대신 구조가 있는 나라 독일. 이제 이곳에서 우리가 어떤 관점으로 투자해야 하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1. “저축은 미덕, 투자는 학문” - 독일식 투자 문화의 뿌리
독일의 투자 문화는 역사적 맥락에서 비롯됩니다. 전후 경제 혼란, 반복된 인플레이션 경험은 독일인에게 “위험을 피하라”는 집단적 학습효과를 남겼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투자보다 저축이 미덕이었습니다. 실제 Deutsches Aktieninstitut(독일 주식협회)에 따르면, 2023년 독일 내 주식, 펀드, ETF 투자자는 약 1,230만 명(인구의 17.6%)으로, 한국의 약 1,410만 명(전체 인구의 27% 이상)에 비해 비중이 낮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독일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금리, 고물가 시대를 거치며, ETF 저축플랜(Sparplan) 같은 장기 분산투자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심에는 ‘리스크 회피’와 ‘시간의 복리’가 자리합니다.
2. “속도보다 시간” - 독일식 자산 축적의 기본 공식
한국의 투자자들은 ‘기회비용’을 두려워합니다. “남들은 벌고 있는데 나는 뭐하나?”라는 초조감이 시장의 강력한 에너지이기도 합니다. 반면, 독일의 중장년층 투자자에게 ‘시간’은 손실이 아니라 ‘자산’ 그 자체입니다. 이들은 10년 후에도 가치가 유지되는가를 가장 먼저 따집니다. 이런 이유로 독일 증권사나 은행의 개인 투자 안내서에는 ‘장기 투자’, ‘복리 효과’, ‘지속 가능한 성장’ 같은 단어가 반복됩니다.
ETF/지수형 펀드가 독일 개인 투자의 핵심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시장 평균을 추종하는 방식이므로 위험 분산이 용이 • 장기 복리 효과를 노리기 좋음 • 수수료가 낮아 안정적
만약 당신이 철저히 독일식 투자를 고집한다면, ‘단기매매’보다는 ‘자동 저축식 투자’를 고려해야 합니다. 매달 일정액을 ETF에 납입하고, 잦은 매매 대신 장기 보유로 복리를 누리는 방식입니다.
3. 수익률보다 ‘비중 관리’ - 독일식 투자자의 철학
독일의 투자자에게는 “얼마를 벌었나”보다 “어떤 구조로 굴리고 있나”가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한 개인이 월 1,000유로를 투자할 수 있다면 이를 이렇게 나눕니다.
€ 글로벌 지수 ETF : 30% € 독일/유로존 ETF : 20% € 개별 우량주 : 10% € 암호화폐 : 5% € 연금/비상금 : 35%
이처럼 ‘비중 관리’가 독일식 투자 철학의 핵심입니다. 한국에서는 “몇 퍼센트 수익 냈다”가 화제가 되지만, 독일에서는 “내 자산 중 고위험 투자 비중이 몇 퍼센트인가”가 먼저 논의됩니다.
4. 코인은 실험실, 주식은 생활의 일부
독일 금융감독청 BaFin은 암호 자산을 ‘금융상품’으로 분류하며 투자자 보호와 세제 가이드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1년 이상 보유한 암호 자산 매매차익에 한해 비과세가 가능하지만, 이건 ‘면세 혜택’이 아니라 ‘장기보유 유도책’입니다. 동시에 독일 정부는 코인을 “투자 중심의 수단이 아니라, 기술적 자산으로 접근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처럼 “코인으로 은퇴한다”라는 말은 독일에선 거의 농담처럼 들립니다. 여기서 암호자산은 보조무대입니다. 주무대는 여전히 주식, 연금 그리고 ETF입니다.
5. 한국인 투자자가 독일에서 유의해야 할 현실
독일에서 투자할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현실적 요소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 세금 - 투자 소득(배당/매매차익)은 일반적으로 Abgeltungsteuer(25%) + 연방세 + 교회세 부과 - 연간 1,000유로까지는 비과세 공제가 가능(Sparer-Pauschbetrag)
☞ 거주 조건 - 독일 내 거주 등록(Meldeadresse)과 세무번호(Steuer-ID)가 있어야 계좌 개설 가능 - 해외이주 시 계좌유지나 과세방식이 변경될 수 있음
☞ 투자 접근성 - 주요 트레이딩 플랫폼(Trade Republic, Scalable Capital 등)은 영어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지만, 일부는 독일어 및 독일 내 거주자만 허용 - 세무보고, 고객지원 서비스가 독일어로만 제공되는 곳도 많아 주의 필요
☞ 연금 병행 - 독일은 개인연금(Riester·Rürup Rente), 기업연금(Betriebsrente)이 자산 형성의 한 축 - 한국인 거주자라면 사적 투자 외에도 이 제도적 혜택을 병행할 필요 있음
6. 독일 투자시장의 현재와 변화
2025년 11월 현재, 독일 증시 DAX 40은 약 23,500~24,000포인트 선에서 움직이며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4년의 16,500포인트 돌파 이후, 단 한 해 만에 40% 가까이 상승한 셈입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 가파른 상승세를 두고 독일 언론이나 투자자 누구도 “버블”이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제 독일 언론은 ‘랠리’ 대신 ‘안정적 성장’이라는 표현을 즐겨 씁니다.
• 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 DAX 40 기업의 대부분은 BMW, Siemens, BASF, SAP처럼 매출의 70~80%를 해외에서 올립니다. 이들의 수출 중심 구조 덕분에 경기 둔화에도 일정한 실물 기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즉, 독일 증시의 상승은 ‘유동성’이 아니라 ‘현금흐름’과 ‘수출 실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 인플레이션 속 배당 방패 2025년 DAX 40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약 3.2%로, S&P500의 두 배 수준입니다. 배당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자산가치를 지키는 수단입니다. 또한 독일 기업의 평균 주가는 이익에 비해 미국보다 낮아 거품이 낀 상태라기보다,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 수준에 가깝다 할 수 있습니다.
• ETF 중심의 개인투자 확대 기관이 여전히 주도하지만, 개인의 ETF 투자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Statestreet에 따르면 2025년 개인 ETF 계좌는 900만 개를 넘었습니다. ‘기관에 맞서는 개미’가 아니라, ‘제도 속에 참여하는 시민형 투자자’가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 꾸준함을 택한 세대 독일의 4050세대는 급등보다 지속을 신뢰합니다. 이들에게 투자는 “돈을 불리는 기술”이 아니라 “돈을 사라지지 않게 하는 기술”입니다. 결국 이 세대는 불안한 성장보다 예측 가능한 꾸준함을 택한 듯 보입니다. 따라서 ‘성공한 투자자’가 되기보다 ‘안전하게 노후를 준비한 시민’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의 시장은 이처럼 느리지만, 단단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 부록 : 독일에서 접근 가능한 주요 투자 플랫폼
€ Trade Republic - 독일 대표 네오브로커, 주식/ETF/코인 거래, 최소 투자액 낮음, 영어/독일어 지원, 외국인 계좌 개설 가능
€ Scalable Capital - 자동 ETF 투자, 유료플랜별 수수료 차등, 장기저축형 투자자에게 적합
€ Flatex DEGIRO - 대형 온라인 브로커, 다양한 해외시장 접근, 세금리포트 제공, 전통형 서비스
€ eToro - 글로벌 소셜 트레이딩 플랫폼, 미국주식 및 코인 거래 가능, 다국어 지원, 단기 트레이딩 중심
€ Comdirect / ING DiBa - 은행계 증권사, 고객지원 안정적, 수수료는 다소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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