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보고서
근무시간계좌! 시간을 돈처럼 저축한다고? (feat. 초과근무)
BY gupp2024-07-14 18: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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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독일 내 한국 회사에 다니는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직장 생활 이야기를 한 참 하던 중, 출퇴근 시에 자동 입력은 따로 하고 제출을 위해 수기로 작성한 출퇴근 시간표를 또 다르게 작성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든 한국 기업이 모두 그런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간혹 한 두 곳 일지라도 이렇게 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마도 앞으론 이런 곳도 변화하게 될 것이라 믿어본다.

 

나는 출, 퇴근 시에 병원 로비 현관 한쪽 구석에 있는 출퇴근 기록 장치에 칩을 댄다. 출근 시간 5분전, 퇴근 시간 후 5분 이내로 입력이 되면 정시 출퇴근으로 기록되어진다. 이렇게 입력된 시간들은 나의 근무시간계좌(Arbeitszeitkonto)에서 확인 가능하다.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땐 단순히 기록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출근시간보다 일찍, 혹은 남은 업무가 있어 퇴근 시간이 늦어졌을 땐 1분단위로 모두 기록되어 초과근무 시간(Überstunde)으로 계산되고 있었다. 출근 시간에 일찍 도착해 병원에 들어가면 2분~3분씩 플러스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우리 병원 같은 경우에는, 가끔 동료들의 휴가와 병가가 많을 때, 1년에 한두번 토요일 주말 근무, 그리고 노동조합 회의, 소방훈련 등 참석해야하는 행사 시간들은 모두 초과근무로 계산되어 근무시간계좌에 차곡차곡 적립된다. 만약 필요에 의해 휴일에 근무하게 되면 근무시간의 2배를 초과근무로 계산한다.

 

이렇게 쌓여진 시간들은 초과수당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휴가와 합하여 모두 다음 해 3월 31일까지 사용하여야 한다. 나는 은행, 병원 등 중요한 업무가 있을 때 오후 근무를 빼거나 초과근무 시간이 많이 쌓였을 때는 아예 하루, 이틀 휴가를 내기도 한다.

 

많지는 않지만 반대인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작년 코로나로 인해 입원 환자 외에 통원치료가 중단되었던 시기가 있었다. 마침 근무 마지막 시간에 예약이 없는 경우에는 보통 사무실에 남아 있어도 되지만 본인의 의사에 따라 일찍 퇴근을 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초과된 근무시간이 있다면 삭감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근무시간계좌에 마이너스 시간이 기록된다. 마이너스 된 시간은 연간 근무시간이 정산되기 전에 초과 근무를 하여 시간을 충족시키면 된다.

 


 

근무시간계좌는 회사와 직원에게 모두 장단점이 있다.

 

  • 장점: Mehr Flexibilität, Mehr Motivation, Zufriedenere Mitarbeiter.

동료들과 서로서로 도와 업무를 대신 해주기도 하고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업무 능률을 올릴 수 있다.

근무한 시간만큼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확실한 휴일을 보장 받을 수 있다.

 

  • 단점: 근무 시간이 일일이 기록되어 회사에 제출된다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

더 많은 휴가를 위해 초과근무시간을 원하는 직원이 생겨 날 수도 있다.

 

 

노동법 전문 변호사 Thomas Griebe에 따르면 초과근무 시 노동법에 주의하여야한다 조언한다.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하루에 10시간 이상은 일 할 수 없다. 그리고 노동법에 명시된 Ruhezeit를 지켜야한다. 예를 들어 한 직원이 밤 23시에 단 15분, 업무에 필요한 이메일을 썼다면 다음날 아침 7시 이전에는 출근을 할 수 없다.

 

<참조: Arbeitszeitgesetz, https://www.gesetze-im-internet.de/arbzg/BJNR117100994.html>

 

마지막으로 현재 직장생활 중 근무시간과 관련하여 계약 시 합의한 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과도한 업무지시로 피해를 받는 사람이 없기를 희망해본다.

 

 

글쓴이: 모젤파파

저는 현재 아름다운 모젤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한 재활병원에서 유일한 한국인 체육전공자/운동치료사로 5년차 일을 하고 있으며, 아내와 딸, 아들 그리고 뱃속의 아기와 함께 천천히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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