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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Berliner’처럼 보이고 행동하는 법 – 차가운 자유와 따뜻한 불편함이 공존하는 도시에서 살아남기
BY gupp2025-10-13 09: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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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아침은 늘 조금 어색합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고, 낡은 자전거가 지나가며 느릿한 하루가 시작됩니다. 모든 풍경이 겉으로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막상 이 자유의 도시 속으로 들어가면 금세 깨닫게 됩니다. 진짜 베를리너처럼 산다는 건, 쿨함을 흉내 내는 일이 아니라 꾸밈없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자유를 감당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제 소개할 행동 가이드는 화려한 관광지도, 예술가들의 낭만도 없습니다. 대신, 실제 베를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배우는 태도와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이건 ‘스타일 가이드’가 아니라, 베를린에서 존중받으며 살아남는 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nadia_acosta / shutterstock

 

 

 

1. 베를린은 보여주는 도시가 아니라, 그냥 살아가는 도시입니다

 

서울에서는 패션이 자기표현의 수단이라면, 베를린에서는 ‘꾸밈의 부재’ 자체가 표현입니다. 로고 없는 재킷, 닳은 운동화, 오래된 자전거 등등. 이 도시는 ‘보여주는 멋’보다 ‘살아가는 태도’를 존중합니다. 그리고 베를린 사람들은 자신을 애써 증명하려 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보다 나는 이렇게 살아간다가 이 도시의 말투입니다.

 

 

 

 

2. 직설은 무례가 아니라 존중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베를린 사람들은 감정을 포장하지 않습니다. “좋다”면 좋고, “싫다”면 싫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공격이 아니라, 소통의 효율을 위한 방식입니다. 한국식 빙빙 돌려 말하기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직설이 다소 거칠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상대의 판단력을 존중한다’라는 믿음이 숨어 있습니다.

독일어로 “Ich stimme nicht zu.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는 싸움의 신호가 아니라, “당신의 생각을 이해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라는 성숙한 표현입니다.

 

 

 

3. 집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 Gorgev / shutterstock

 

 

 

베를린의 집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사는 곳’이지 ‘소유의 상징’은 아닙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을 꾸밀 때도, 친구를 초대할 때도 ‘보여주기’보다 ‘함께 있음’을 중시합니다.

공동주택, 즉 WG(Wohngemeinschaft) 문화는 베를린 생활의 축소판입니다. 부엌과 욕실을 함께 쓰고, 청소 일정을 나누며, 서로의 생활 리듬을 존중합니다.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그 속에서 개인주의와 공동체의 균형감각을 배우게 됩니다.

베를린에서 함께 산다는 건, 서로의 생활소음까지 존중하는 일입니다.

 

 

 

 

4. ‘시간 약속은 신뢰의 첫 번째 언어입니다

 

베를린에서 약속 시간은 제안이 아니라 약속 그 자체입니다. 기차가 12시 03분에 출발하면, 정말로 12시 03분에 출발합니다. 지각했을 때는 변명보다 사과가 먼저입니다. 한국에서는 “조금 늦어요”가 일상의 인사처럼 쓰이지만, 베를린에서는 그 ‘조금’이 관계의 신뢰를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시간을 지킨다는 건, 상대의 일상을 존중한다는 뜻입니다.

 

 

 

 

5. 행정(Amt)은 괴물이 아니라통과의례입니다

 

베를린 행정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예약은 몇 주 뒤로 밀리고, 담당자는 휴가 중이며, 서류는 종종 다시 제출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진짜 베를리너들은 이런 상황에서 불평 대신 유머와 인내심으로 버팁니다. 그리고 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Berlin funktioniert nicht – aber irgendwie doch. (베를린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결국은 된다)”

 

 

 

6. 커피 한 잔에도거리감이 존재합니다

 

베를린에서 친절함과 친밀함은 다릅니다. 바리스타가 미소를 지었다고 해서 친구가 된 것은 아니며, 무표정하다고 해서 불친절한 것도 아닙니다. 이곳 사람들은 일정한 정서적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의 자유를 보장합니다. 이 거리를 냉담함으로 오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예의입니다.

베를린의 차가움은 무관심이 아니라, 타인의 공간을 지켜주는 따뜻함입니다.

 

 

 

 

7. 다름을 불편해하지 않는 것이 진짜 예의입니다

 

 


ⓒ Brookgardener / shutterstock

 

 

 

베를린은 유럽에서도 가장 정치적으로 깨어 있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성별, 인종, 성적 지향, 다국어 등등. 이 모든 것이 존중의 감각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무심코 사용하는 표현이 베를린에서는 금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Frauen und Männer(남성과 여성)” 대신 “alle Geschlechter(모든 성별)”이라 하며, “외국인”이라는 말보다 “국제적 배경을 가진 사람”이라는 표현을 더 선호합니다.

 

 

 

 

8. 논쟁과 토론은 이 도시의 일상입니다

 

베를린의 식탁은 언제나 각자의 ‘의견’으로 뜨겁습니다. 기후 위기, 임대료 정책, 젠더 이슈, 정치 성향 등등. 대화는 금세 논쟁으로 발전하고, 서로의 논리로 힘차게 부딪힙니다. 하지만 이건 싸움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부딪치며 배우는 과정이며, 침묵보다 대화가 더 큰 예의로 여겨집니다.

 

 

 

9. 불편함을 견디는 법을 배우면, 비로소 베를린이 보입니다

 

겨울은 길고 어둡고, 행정은 느리고, 대중교통은 자주 파업합니다. 그러나 그 불편 속에서 베를린 사람들은 삶의 균형을 잃지 않습니다. 카페에서 천천히 하루를 시작하고, 주말엔 공원에 앉아 햇살을 즐깁니다.

이렇듯 베를린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더 인간적인 도시입니다. 그 결함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당신은 이미 이 도시의 일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10. ‘자유’는 방종이 아니라 책임입니다

 

많은 이들이 베를린을 ‘무한한 자유의 도시’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곳의 자유는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성숙함 위에 서 있습니다. 누구나 자기 방식대로 살 수 있지만, 그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만 가능합니다. 쓰레기를 제때 버리고, 자전거 도로를 지키며, 공공장소에서 소음을 자제하는 것. 그 모든 작은 행동이 바로 ‘베를린식 자유’의 기초입니다.

 

결국, 베를린은 자유를 누리는 도시가 아니라 자유를 감당하는 도시입니다.

 

 

 

 

  • 작성: 오이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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