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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정말 변하고 있는 5가지 - 그리고 절대 변하지 않을 것들
BY gupp2025-08-22 11: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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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참 묘한 나라입니다. 첨단 기술, 친환경 혁신, 글로벌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동시에 지난 세기의 생활 방식을 여전히 고집합니다. 이곳은 ‘유럽의 실험실’이자 ‘과거의 박물관’이며, 진보와 전통이 맞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모순적 매력이 가득한 나라입니다. 그리고 이 나라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변화’‘불변’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바라봐야 합니다.

 

 

 

 


ⓒ Pixel-Shot / shutterstock

 

 

 

정말 변하고 있는 것들

 

1. 디지털 전환 : 그러나독일식 속도

독일은 오랫동안 디지털 후진국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온라인 행정은 거의 불가능했고, 학교의 인터넷은 학생들의 휴대폰 핫스팟보다 느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랬던 독일이 드디어 디지털 혁명을 맞이했습니다. 전자신분증, 온라인 행정 서비스, 심지어 앱으로 예약 가능한 ‘Bürgeramt’까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서버는 자주 다운되고 브라우저는 Internet Explorer 전용인 경우가 많습니다. 디지털화가 진전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속도는 구형 DSL 다운로드 속도만큼 느립니다.

 

 

 

2. 일과 삶의 균형 : 다시 쓰이는 정의

 

독일인의 ‘Feierabend(칼퇴근)’ 문화는 오랫동안 세계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근무 문화는 또다시 큰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이제는 퇴근 이후의 삶이 아니라근무와 삶의 경계 자체를 재설정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주 4일 근무제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스타트업은 이미 이를 시범 적용 중입니다. 동시에 “집에서 일한다”는 말이 일하면서 집안일도 함께 한다는 의미로 확장되면서, 전통적인 노동 윤리관도 재검토되고 있습니다. 독일은 여전히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지만, 그 균형의 정의가 다시 쓰이고 있습니다.

 

 

3. 식탁 위의 혁명 : 비건에서 지속가능성으로

 

전통적으로 소시지와 슈니첼의 나라였던 독일은 이제 유럽 최대의 비건 식품 시장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대형 슈퍼마켓에는 고기 대체품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심지어 전통적인 소시지 기업조차 채식 라인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기후 위기와 맞물린 생활 방식의 전환입니다. 젊은 세대는 채식이 곧 환경 보호라고 인식하며 소비 습관을 바꾸고 있습니다.

다만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저항이 큽니다. 시골의 어느 가정집에서 고기를 안 먹습니다라고 말하면, 여전히그럼 닭고기는 괜찮지요?”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4. 도시의 얼굴 : 다시 쓰이는 풍경

 

 

 


ⓒ Mojolo / shutterstock

 

 

 

 

독일의 도시 풍경도 변모하고 있습니다. 과거 도시의 중심이 교회 첨탑이었다면, 이제는 친환경 건축물과 재개발 프로젝트가 도심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베를린은 언제나 ‘공사 중’이라는 농담과 조롱의 대상이지만, 사실 이는 도시 재생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프랑크푸르트는 금융 중심지답게 초고층 빌딩 숲을 더 빽빽하게 채워가며 ‘작은 뉴욕’을 넘어 ‘유럽의 파이낸셜 허브’를 자처합니다.

 

동시에 녹지 공간 확보와 자전거 인프라 확장은 도시 정책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기후 변화 대응과도 맞물려 있으며, 향후 독일 도시는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도시 경관을 만들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5. 기후 위기의 일상화

 

독일은 기후 위기의 현장을 직접 체감한 국가입니다. 2021년 서부 지역의 기록적 홍수, 최근 여름마다 반복되는 폭염과 산불 위험은 독일 사회 전체에 충격을 안기고 있습니다.

이후 ‘기후’는 더 이상 단순한 날씨 이야기가 아니라, 정치와 경제를 가로지르는 핵심 의제가 됐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계획, 건물 에너지 규제 등은 이제 정책 논의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합니다.

독일인들은 이제 일상 대화에서조차 이번 겨울 가스비가 얼마나 오를지” “태양광 패널 설치 지원금이 얼마인지를 논하며 기후 변화를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절대 불변의 것들

 

1. 관료주의의 불멸

 

독일 행정은 혁신을 표방하지만, 도장과 서류철을 향한 사랑은 여전합니다. 온라인으로 서류를 제출해도 결국 출력되어 종이 서류철에 꽂히며, 마지막에는 “팩스나 우편으로도 보내주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낡은 행정이 아니라, 법적 안정성과 형식적 절차를 중시하는 독일식 행정 철학의 결과입니다. 그렇기에 혁신은 조금씩 진행되더라도, 관청의 잉크 냄새와 도장 소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2. 일요일의 고요

 

일요일이 되면 독일은 마치 다른 시대에 들어선 듯합니다. 가게는 문을 닫고, 세탁기와 전동 공구 사용도 눈치를 봐야 합니다. 이는 종교적 전통을 넘어선 사회적 합의입니다. ‘일요일만큼은 모두가 쉴 권리가 있다’는 가치가 헌법적 차원에서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휴일이 외국인에게는 불편할 수 있지만, 독일 사회에 있어 일요일의 침묵은 공동체 리듬을 유지하는 신성한 장치입니다.

 

 

3. 현금은 여전히 왕

 

 

 


ⓒ Stock-Asso / shutterstock

 

 

 

핀테크 서비스와 모바일 결제가 확대되고 있지만, 독일에서 현금은 여전히 왕좌를 지키고 있습니다. 커피값 3유로를 50유로 지폐로 내고, 잔돈을 주머니 가득 받아 가는 모습은 낯설지 않습니다. 이는 과거 하이퍼인플레이션 경험과 은행 시스템에 대한 역사적 불신에서 비롯된 문화적 현상입니다.

따라서 카드와 모바일 결제가 일상화되는 추세 속에서도, ‘Cash is King’이라는 독일 특유의 경제관념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4. 질서에 대한 집착

 

Ordnung muss sein(질서는 있어야 한다)’라는 독일 속담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생활 규범입니다. 길거리에 떨어진 쓰레기, 신호를 무시하는 보행자, 자전거 도로에 진입한 자동차는 즉각 시민의 지적을 받습니다. 이는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의 규칙을 우선시하는 문화적 토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리 같은 외국인에게는 다소 과도해 보일 수 있지만, 이 철저한 규칙 의식은 독일 사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5. 기차 지연의 일상성

 

독일 철도(DB)의 지연은 이미 농담의 소재를 넘어 ‘문화유산’에 가깝습니다. 통계적으로도 장거리 열차의 절반 가까이가 정시에 도착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인은 여전히 철도를 애용합니다. 고속도로는 정체로 악명 높고, 항공은 친환경 논란에 휩싸여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기차 지연은 불만과 체념 속에서도 일상에 통합된 풍경으로 남아 있습니다.

 

 

6. 맥주와 축구

 

환경, 정치, 사회 구조가 변하더라도 독일인의 삶에서 맥주와 축구만큼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특히 옥토버페스트의 긴 테이블에 앉아보면 이해가 더 빠릅니다. 정치 성향도, 사회적 배경도 다른 사람들이 거대한 맥주잔을 부딪치며 흥겹게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고 주말 오후가 되면, 도시와 마을은 축구 경기장으로 향하는 사람들로 가득 찹니다. 이렇듯 맥주와 축구는 여전히 독일인의 정체성을 하나로 묶는 가장 강력한 상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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