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보고서
[모젤파파] 독일 노조연합 파업!!
BY gupp2024-09-28 15:10:58
지난 5년 간 독일 병원에서 일하면서 내 기억엔 약 3-4회정도 파업을 하였던 것 같다. 드디어 내일 또 다시 우리병원은 사업자에게 파업을 미리 선포하고 파업에 들어간다. 파업하는 결정은 직원들의 개인적인 의사결정이고, 강제적인 권리는 아니다. 대부분 평균 30년정도 일한 동료들이기에 나이가 50-60대로 독일 노조연합에 회원으로 등록이 되어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파업에 참여한다.
독일 노조연합은 독일어로 Ver.di(Vereinte Dienstleistungswerkschaft)라고 하고, 약자로 베어디라고 말한다. 회원이 되면, 본인 월급에 약0,1%정도 회원비(네토 2.000유로, 매달 20유로)가 매달 월급에서 빠지게 된다. 동료들의 말에 의하면, 모든 직업군은 노조연합을 결성가능하고 직원들은 자유롭게 연합에 가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노조연합의 종류로는 공무원노조, 우체국노조, 의사노조, 은행노조, 철도노조, 버스노조 등 엄청나게 다양하다. 노조연합의 가장 큰 기능은 각각 개인의 피고용자의 불합리한 의견과 권리를 대변하여 주고, 그런 의견에 종합하여 고용자 대표들과 함께 자리에 앉아 서로의 의견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조율하는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임금 인상과 일자리 환경 개선이다.
나와 동료들은 대형 재활병원 즉, 의료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현재 의료분야의 문제는 특히 간병인치료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에 대한 다음세대의 관심부재와 기피현상이다. 현재 독일 젊은 친구들은 이런 의료직업을 기피하고, 직업으로 선택하기 싫어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젊은 치료사들의 주장은 업무자체가 3D(Difficult, Dirty, Dangerous) 직종에 해당하고, 업무에 비해 월급이 굉장히 적다는데 불만을 토로한다. 우리 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몇 달째 위에 관련 직업 채용공고가 현재까지 계속 올라와 있지만, 지원자가 없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나의 경험상 직업교육을 수료하고 20대초반의 치료사는 보통 1~2년이내에 일을 그만 두고,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만 두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이 대형재활병원의 업무상황이 나와 맞지 않거나, 의사와 치료사 간의 소통부재, 지나친 관료주의적 업무스타일 등을 꼽았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앞으로 변화할 것 같지 않다는 확신때문에 이직을 선택했다고 한다.
내일 파업하는 이유도 위와 같다. 젊은 치료사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 경력직의 직원들은 능력에 따른 차등임금 인상을 해달라! 코로나 프리미엄 지원금 지급해라! 등등.
노조연합에 가입된 회원인 동료들은 내일 파업을 하여도 노조연합에서 일하지 않은 기간에 대한 보수를 준다고 한다. 대부분 경력이 많은 동료들은 내일 파업에 참가하여 피고용자들의 권리와 목소리를 낸다고 한다. 그리고 회원들끼리 독일철도 노조연합처럼 우리도 노조의 규모와 힘을 키워 당당하게 고용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하기를 원한다.
가끔식 동료들과 이야기가 잘 안 되기도 하지만, 지난 30~40년동안 본인의 일자리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 더 나아가서 모든 치료사의 권리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는 행동은 내가 보기엔 너무나 당연한 행동인 것 같다. 내일 파업의 내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런 작은 행동들이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장식이 되는 불씨가 되길 바란다.
저자: 저는 현재 아름다운 모젤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한 재활병원에서 유일한 한국인 체육전공자/운동치료사로 5년차 일을 하고 있으며, 아내와 딸, 아들 그리고 뱃속의 아기와 함께 천천히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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